루나·테라 폭락 사태, 그 전말은?

일주일 새 58조 증발…2.0으로 부활했지만 널뛰기

조대형 기자 승인 2022.06.17 16:41 | 최종 수정 2022.06.18 01:56 의견 0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LUNA)와 테라USD(UST)의 폭락 사태로 인한 파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때 루나와 테라는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가상화폐로 손꼽혔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한 채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에 루나와 테라의 몰락 배경과 원인을 짚어본다.

루나·테라는 어떤 코인

루나와 테라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다. 테라폼랩스는 2018년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와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가 공동 설립했다.

루나와 테라는 각개의 코인이지만 상호보완적 구조로 움직인다. 일종의 듀얼 토큰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테라는 테라 얼라이언스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루나는 테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존재한다. 즉, 테라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 루나인 셈인데, 테라의 가격이 하락할 때 루나를 소각하는 방식이 쓰이며, 루나의 가치는 테라의 결제 수수료에 기반한다.


테라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stablcoin)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stable이란 뜻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을 의미한다. 코인은 하루에도 몇십 프로씩 등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변동성이 심한데,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크게 △법정화폐 담보 △가상자산 담보 △알고리즘 기반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를 예치하면 1달러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 1개를 발행하는 것이다. 달러와 1:1 가치가 고정되는 구조로, 대표적으로 ‘테더(USDT)’가 있다. 자기 계좌에 달러를 예치하고 그만큼의 가상화폐를 발행하게 되는데, 발행사가 해당 금액만큼 달러를 제대로 보유하고 있는지 신뢰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한 것이다. 이더리움을 담보로 달러에 연동된 ‘다이(DAI)’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가상자산이 법정화폐보다 안정성이 떨어지고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담보가 요구된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서 안정성을 갖게 하는 방법이다. 바로 테라가 여기에 해당된다.

테라는 가격이 변동하는 루나와 항상 쌍으로 존재하는데, 테라는 1달러의 가치를 지난 루나와의 교환을 통해 달러와 1:1 가치 연동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테라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낮아지면 테라를 루나로 변환해서 테라의 공급량을 줄여 다시 1달러에 고정될 수 있도록 맞춰주는 방식으로 가치를 보존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테라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 대출 플랫폼 ‘앵커 프로토콜’을 선보였다. 테라를 예치하면 이자로 약 20%의 테라를 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지난해에만 테라 시총은 50배 증가했고, 루나 시총도 100배 증가하며 김치 코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루나·테라의 몰락…58조 원 증발

루나와 테라는 1년 넘게 가치를 거의 유지해 왔다. 하지만 5월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인상을 발표하면서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출렁이기 시작했고, 테라 역시 급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테라는 5월 9일 1달러 가치가 붕괴되는 디페깅이 발생했다. 디페깅이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추종하는 화폐의 가치와 달라지는 현상이다.

이날 테라는 0.5~0.6달러까지 하락한 후 0.9달러대까지 반등했지만 이후 테라의 페깅은 돌아오지 않았다.

10일 디페깅 지속으로 테라는 15% 하락한 0.8달러를 기록했다. 루나도 53% 하락하며 29달러로 추락했다. 테라와 그 가치 유지를 유지를 위한 루나의 공동 하락으로 시세 방어는 불가능했다. 이에 코빗은 루나의 가격이 24시간 이전 대비 50% 이상 하락하자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11일 테라는 0.4달러, 루나는 92% 하락한 2.5달러로 시세가 급락했다. 지속된 디페깅으로 투자자 불안이 가중되며 뱅크런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업비트, 빗썸, 코인원도 루나를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12일 테라와 루나 시세가 99.99% 폭락했다. 이와 맞물려 비트코인도 3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13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루나를 상장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업비트, 고팍스, 빗썸 등 국내 거래소도 루나의 거래지원 종료를 밝혔다.

14일 권도형 대표는 “모두에게 고통을 끼쳐 마음이 아프다”며 트위터를 통해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총 10억 개의 토큰을 새롭게 발행하는 ‘테라 생태계 복구 계획’도 제안했다.

한편, 5월 17일 기준 테라 가격은 8센트, 루나는 0.0002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 같은 테라와 루나의 폭락으로 약 58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 권도형 대표 등 검찰 고소

루나와 테라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를 고소했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5월 19일 서울남부지검에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이자 소셜커머스 티몬 설립자이기도 한 신현성 씨, 테라폼랩스 법인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들이 5월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검찰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LKB는 “권 CEO 등이 루나와 테라를 설계·발행해 투자자들을 유치하면서 알고리즘 설계 오류와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행위, 백서 등을 통해 고지한 것과 달리 루나 발행량을 무제한 확대한 행위가 기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규 투자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앵커 프로토콜’을 개설해 지속 불가능한 연이율 19.4%의 이자 수익을 보장하며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한 것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한다”고 고소·고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LKB는 자본시장법·지적재산권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진행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에 동참할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미국·이탈리아 등 해외 투자자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KB는 “피해 회복이 신속하고 공정하며 정의롭게 진행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과거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던 합수단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복잡하고 법리적 쟁점이 많으며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이라며 “피해자들은 2년여 만에 새롭게 출범한 합수단이 절박함과 억울함을 해소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5월 27일에는 권 대표 등에 대한 검찰 고소가 추가로 이어졌다.

네이버 카페 ‘테라·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은 이날 오후 공지글을 통해 권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씨를 서울남부지검에 추가 고소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모임 카페 운영자는 “고소·진정에 참여한 투자자는 76명이며 이들의 총 손실액은 67억 원”이라며 “피해 금액은 개인별로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8억 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으로 300쪽 이상의 참고 증거 자료를 제보받고 수집해 검찰에 제출했다”며 “철저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진다면 사기꾼들은 모조리 구속되는 등 처절한 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테라폼랩스 한국법인 해산, 작년 말 이미 결정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 직전 한국 법인을 해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먹튀’ 논란이 일었던 테라폼랩스가 실제론 지난해 말 이미 해산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법인 등기부등본 상 테라폼랩스의 한국 법인 테라폼랩스코리아는 지난 4월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부산 본점과 서울 지점을 해산했다.

연합뉴스는 테라폼랩스코리아의 해산이 내부적으로 지난해 결정됐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라폼랩스코리아는 실질적으로 작년 말에 이미 해산한 상태였다”고 했다. 서류상 해산 절차가 4월로 미뤄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테라폼랩스코리아가 해산한 배경으로 세금 문제를 꼽는다. 권 대표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이 한국 정부에 과세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법인을 아예 정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권 대표 등이 해외 조세회피처 법인 등을 통해 가상화폐 발행 관련 일부 수입과 증여에 대한 신고를 누락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500억 원 안팎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의혹을 받는 테라 생태계 내 디파이 서비스 ‘앵커 프로토콜’과 관련해 테라폼랩스 고위 관계자였던 A씨와 접촉을 시도해 가까스로 연결이 닿았으나 A씨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고 전했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메신저 채팅을 통해 “20%(이자율)로 유인해 앞선 사람들의 투자금을 뒷사람을 통해 해결하는 그런 다단계 방식은 아니다.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라며 “20%도 영원히 지속하겠다는 내용도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앵커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수많은 유튜브, 자료 등을 통해 공개돼 있다. 심지어 소스 코드도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모든 게 공개된 시스템이, 공개된 블록체인 위에서 약속대로 돌아갔는데 뭐가 폰지(사기)라는 것인가”라며 “검찰 조사를 통해 많은 사실이 확인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나·테라 부활…상장 첫날부터 널뛰기

대폭락 사태로 논란을 빚은 테라 블록체인이 ‘테라 2.0′으로 다시 구축됐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테라 블록체인 부활을 위해 진행한 투표가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논란이 확산하던 5월 16일 테라 블록체인 프로토콜 토론방인 ‘테라 리서치 포럼’에 또 다른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올렸다.

테라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가운데 ‘하드포크(Hard Fork)’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이 없는 새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드포크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에서 새 화폐가 갈라져 나오는 과정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 블록체인은 ‘테라 클래식’과 ‘루나 클래식(LUNC)’이 되고, 새 체인은 ‘테라’와 ‘루나(LUNA)’가 된다.

당시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권 대표의 제안에 “커뮤니티 의견에 귀를 기울여라”, “테라 부활은 고래(가상화폐의 큰손)들에게만 좋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권 대표는 ‘테라 2.0’ 추진을 강행, 5월 18일(현지시간)부터 테라 투표 사이트인 테라 스테이션에서 ‘테라 부활 계획 2’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투표율 83.27% 중 찬성이 65.50%를 기록한 가운데 투표가 종료됐다. 기권은 20.98%, 반대는 0.33%였으며 거부권 행사는 13.20%로 각각 나타났다.

테라 2.0과 새로운 루나(이하 루나 2.0)는 28일(현지시간) 약 10여 곳의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다. 루나 2.0이 상장이 된 곳은 쿠코인, 후오비글로벌, 게이트 아이오아이, 바이비트, 크라켄 등이다.

그러나 상장 첫날부터 일부 해외 거래소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테라 재건 계획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비트에 따르면, 루나 2.0은 전날 오후 5시 0.5달러에 상장된 직후 10분간 30달러까지 폭등했다. 이후 6시간 만에 80% 넘게 급락하면서 오후 9시 기준으로 5~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테라 2.0 프로젝트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인 여론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커뮤니티인 레딧에선 한 누리꾼은 “바보(루나 투자자)들이 그것을 계속 사는 한 조만간 테라 3.0, 4.0 버전이 나올 것”이란 글이 올라오며 테라 사태가 벌어진 지 몇 주만에 새로운 버전의 코인을 내놓은 테라폼랩스의 행태를 꼬집었다.

도지코인의 공동 설립자인 빌리 마커스는 루나 2.0에 투자한 사람들을 겨냥해 “가상자산 투기꾼이 얼마나 진정한 바보인지를 세상에 보여줄 것”이라고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IMF 총재 “가상화폐 루나·테라는 다단계 사기”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두 코인 발행 구조가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였다고 비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5월 2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최근) 스테이블 코인 영역에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며 “스테이블 코인은 (신뢰할 수 있는 실물) 자산으로 뒷받침되면 (달러 대비 가치가) 1대 1로 안정적이지만,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20% 수익을 약속한다면 그것은 피라미드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피라미드 구조에는 무슨 일이 발생하는가. 결국 그것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허물어진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블록테크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